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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영화 리뷰

집콕하면서 보기 좋은 넷플릭스 추천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 영화리뷰 feat. 코로나바이러스

미야자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모노노케 히메를 20년 가까이 지난 2021년 시점에서 보니 새롭다.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자연을 무자비하게 손상시키고 그로 인해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었다. 똑똑한 인간들이 수백 년간 이어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백신을 개발했지만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새로운 종의 바이러스들이 계속해서 퍼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제 눈에 보이는 문제를 덮어 수습하는 것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경 관련된 책들이 인기를 얻고, 환경보호를 외쳤던 사람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회용품 줄이기, 달리기 하면서 쓰레기 줍는 '플로깅' 등 나부터 시작하는 작은 움직임들이 보인다. 1년 이상 바이러스와 싸우며 고통받고 있지만 사람들의 무지함이 깨우쳐지고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로의 미래가 나쁘지만은 않다.

 

 

 

 

unsplash

 

 

미야자키는 14세기 일본인들이 숲에 사는 '신'들과 대결하는 어둠의 세계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존재 모두 저주받았다고 말한다. 인류가 지구에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면 우리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자격이 있는가?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공존할 방법은 없는가?   < 책 미야자키월드 p312 >

 

등장인물

모노노케 히메- 들개가 키운 소녀 '산' 
영화 포스터에서 들개 가족과 서 있는 연약한 모습의 소녀는 인간으로부터 숲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운다. 완전한 인간도 아니고 완전한 동물도 아닌 산은 혼자다. 

아시타카 - 일본 북단의 평화로운 에미시족의 왕자 
몸에 박힌 총탄 때문에 광기에 사로잡혀 재앙신이 된 멧돼지와 싸우다 저주를 입은 아시타카는 총탄의 출처를 알아내 저주의 상처를 치료하려고 마을을 떠나 서쪽을 향한다.

에보시 - 타타라의 지도자
신체적, 사회적 약자들을 모아 제철소를 만들었고, 숲을 파괴하려는 야심 찬 계획으로 사슴 신을 죽여 그 머리를 천황에게 바칠 계획이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 숲은 황폐화가 되고 신들은 하나 둘씩 죽어간다. 인간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자신들을 보호할 무기를 만든다. 죽음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싸우지만 자연의 분노 앞에선 한없이 나약하게 죽어간다. 

 

에보시가 이끄는 타타라마을에 영감을 준 미야자키의 집 근처 한센병 환자 요양소는 미야자키에게 어리석은 인간이지만 긍정적으로 꿋꿋이 살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주었다. 나 또한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부족함과 어리석음, 이기심을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

 

 

어떤 역경이 닥쳐도 즐거움과 웃음은 있다. 인간의 삶이란 거의 모든 게 불확실하기 마련인데 난 요양소에서 그 사실을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깨달았다.

이 말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경솔함에 관한 그의 여러 날 선 비판보다 내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그가 사회에 대한 환멸과 내면의 고뇌에도 불구하고 인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상주의가 마음속에 여전히 불타고 있다는 증거였다.       < 책 미야자키월드 p323 >

 

 
아시타카가 끊임없이 질문한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위해선 인간들이 탐욕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슴 신의 머리를 어떻게든 가져가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지나친 욕심이 부른 화를 잘 보여준다. 큰 화를 입은 2021년 우리 또한 모두가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공을 들여 쌓은 탑이 자연신의 분노에 한 번에 무너지는 타타라 마을의 모습에선 허무함까지 느껴졌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준 깊은 여운과 교훈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인간은 과연 자격이 있는가' 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맴돈다.